언젠가의 사랑과 여름의 끝 (신가키 타루스케X후루카와 마코토)
더위가 맹위를 떨치다 잠시 물러난 지금.
이 여름의 추억이 될 작품을 가져왔다.
본디 후루카와 성우는 BL이 아닌 노말작품인 "너의 사랑 시그널"에서 인식했는데
여기서 완전히 못을 박아버렸다.
이후로 후루카와 마코토 = 연기 잘하는 성우로 공식이 수립되었다.
▶언젠가의 사랑과 여름의 끝 (원제 : いつかの恋と夏の果て)
▶원작자 : 시노자키 마이
▶발매일 : 2017년 11월 29일
▶캐스팅 : 오노데라 슈우 (신가키 타루스케) X 후카하라 이치카 (후루카와 마코토)
▶스토리
고교시절 부터 절친한 친구인 두 사람.
하지만 이치카는 슈우에게 "우정"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을 안고 있었다.
그러던 어느날, 이치카에게 남자 색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슈는 무신경한 말로 이치카를 몰아붙이게 된다.
슈우 : 더워. 완전 더워. 안 돼, 녹을 거 같아.
이치카 : 여름이니까 참아.
슈우 : 무리. 더워.
이치카 : 노래방.
슈우 : 응?
이치카 : 여자애들이 같이 가자고 했잖아.
슈우 : 아, 응.
이치카 : 같이 가지 그랬어. 거기는 에어컨 있어서 시원할 텐데.
슈우 : 싫어. 이치카는 안 갈 거잖아. 그보다, 어떻게 그렇게 시원해 보이는 얼굴을 해? 안 더워?
이치카 : 당연히 덥지.
슈우 : 그렇겠지. 아, 하지만 이치카의 피부는 차가워서 기분 좋네.
이치카 : 이런 짓 좀 하지마.
슈우 : 이치카?
이치카 : 슈우, 나는 널….
Fifth Avenue Presents / 시노자키 마이 원작
언젠가의 사랑과 여름의 끝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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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 두 사람의 회상씬으로 시작한다.
전철이 들어오고 있습니다. 흰 선의 안쪽으로 물러서 주십시오.
여친 : 슈우 군! 내 말 듣고 있어?
슈우 : 아, 미안. 너무 더워서 멍해진 것 같아. 뭐라고 했어?
여친 : 됐어. 진지한 이야기였는데.
슈우 : 미안하다니까.
여친 : 있잖아, 전부터 생각했는데 슈 군은….
슈우 : 날 그렇게 좋아하는 거 아니지? 라고.
이치카 : 흐응.
슈우 : 왜지. 바람도 안 피고, 주말엔 가고 싶다는 곳 데려가주고, 기념일에는 꼬박꼬박 선물도 해주고. 언제나 잘해주고 좋아한다고 말해주는데.
이치카 : 변함없이 이상적인 남친 님이네.
슈우 : 그거 칭찬 아니지? 그리고 지금 건성으로 듣고 있지? 이치카!
이치카 : 네 그런 이야기 이제 질렸어. 넌 왜 여친이 생기고 헤어질 때마다 일일이 나한테 보고하는 거야.
슈우 : 상관없잖아. 너랑 나 사이에!
이치카 : 바보,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.
슈우 : 무슨 사이냐니. 친우?
이치카 : 친우가 된 기억은 없는데.
슈우 : 쌀쌀맞네. 우리 알고 지낸지가 벌써 10년 쯤 됐는데.
이치카 : 그게 어떻다고.
슈우 : 이치카한테 말도 없이 하는 거 싫어. 뭔가 비밀로 하는 거 같아서. 아, 이번에야말로 오래갈 줄 알았는데.
이치카 : 착하기만 한 남자는 부족한 거 아냐?
슈우 : 그 소리 전 여친한테도 들었어.
이치카 : 알고 있어. 하지만 그게 너의 장점이니까 전 여친이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것뿐이야. 힘내라.
슈우 : 이치카. 가끔 그렇게 멋진 거 너무 비겁해. 진짜 반할 거 같아.
이치카 : 네, 네. 그건 참 감사하게 됐네요. 자, 마실 거지.
슈우 : 오늘은 달릴 거야! 같이 마셔줄 거지?
이치카 : 말은 잘 하네. 어차피 그러려고 온 거잖아. 이런, 안주가 없네. 편의점 다녀올게.
슈우 : 그럼 나도 갈게.
이치카 : 응? 나 혼자가도 돼.
슈우 : 이치카 혼자면 밤길이 위험하잖아?
이치카 : 웃기지 마, 죽을래.
슈우 : 아야, 농담이야!
이치카 : 쓸데없는 말 하면 두고 갈 거야.
슈우 : 기다려, 이치카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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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제는 클리셰가 된 여친에게 차이는 이유.
1.너, 사실은 나 안 사랑 하지?
2.너랑 있으면 행복하지 않아.
솔직히 이런 식으로 헤어지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.
지금 슈우가 하는 말처럼 나는 잘해줬는데 어쩌고, 하는 거라면 더더욱.
그야 니가 진심으로 사람을 마주대하지 않았으니까겠지-_-
BL을 듣다보면 앞으로도 자주 이렇게 사귀던 여친에게 차이거나
이혼을 당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.
슈우 : 그러고 보니 이치카는 여친 없어?
이치카 : 이 일본주 맛있네.
슈우 : 무시하지마!
이치카 : 그런 거 아무래도 상관없잖아.
슈우 : 하지만 이치카는 그런 이야기 전혀 안하니까. 회사에 관심 있는 사람 없어?
이치카 : 흥미 없어.
슈우 : 아깝네. 예전부터 꽤 인기 있었는데.
이치카 : 네가 나한테 그런 말 할 입장인가.
슈우 : 응?
이치카 : 아무것도 아니야.
슈우 : 하지만 이치카랑 이러고 노는 거 꽤 좋아해. 이렇게 술 마실 때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. 내가 말했었나? 전 여친 집에서 마실 땐 안주 같은 거 전부 내가 만들었다고.
이치카 : 뭔가 엄청 그럴듯해 보이는 그런 거?
슈우 : 맞아 그거. 여자들은 그런 거 좋아하더라. 여친을 위해 이것저것 해주는 것도 즐겁지만, 역시 가끔은 지쳐….
이치카 : 슈우? 맥주캔 쥔 채로 자지마. [즐겁다]인가. 네가 그러니까, 나는.
슈우 : 응? 이치카. (아, 어제 술 마시다 그대로 잠들었나.) 잘도 자네.
이치카 : 으….
슈우 : (평소엔 그렇게 부루퉁하면서 자는 얼굴은 귀엽네. 붙임성 없는 게 아까워.)
이치카 : 으응….
슈우 : (응? 어라, 이건. 키스마크? 뭐야, 이치카. 여친 있잖아. 나한텐 늘 얼버무리면서. 그런가, 그랬구나. )
이치카 : 응…슈우?
슈우 : 잘 잤어? 이치카.
이치카 : 아침….
슈우 : 그래, 아침…. 큰일 났다! 8시! 출근!
이치카 : 씻을 거면 맘대로….
슈우 : 아야! 응, 아냐, 일단 집으로 갈 거니까 괜찮아. 셔츠도 주름투성이고.
이치카 : 그런가… 그럼 난 다시 잘래….
슈우 : 이치카 오늘 쉬는 날?
이치카 : 응.
슈우 : 그랬구나. 깨워서 미안해. 잘 자, 이치카.
동료 : 아. 오노데라. 안녕! 왜 그래? 컨디션 안 좋아?
슈우 : 어서와.
이치카 : 응. 갑자기 집으로 부르다니, 무슨 일 있어?
슈우 : 아, 미안해. 오늘 갑자기 술이 마시고 싶어져서.
이치카 : 너, 다른 친구 없어?
슈우 : 너무하네! 있어!
이치카 : 농담이야. 그래서? 새 여친이라도 생겼어?
슈우 : 아, 아니. 저기, 어젯밤에 뭐 했어?
이치카 : 무슨….
슈우 : 나, 답답한 거 싫어하니까 직설적으로 물을게. 봤어. 이치카가…남자랑 친밀하게 걷고 있는 거. 잘못 본 거라고 생각하지만. 하지만 역시 그거 이치카가 아닌가, 하고. 이치카, 너 남자 만나고 있어? 그거 남친이야? 그래서 늘 여친 이야기가 나오면 얼버무린 거야?
이치카 : 아니야.
슈우 : 그럼, 섹파? 그런 거? …그런가. 이치카!
이치카 : 갈게.
슈우 : 기다려! 이치카, 나 별로 기분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하지만, 섹파관계는 좋지 않다고 생각해. 이치카는 잘생겼으니까 맘만 먹으면 귀여운 여자랑 평범하게…
이치카 : 너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! 다른 사람도 아닌, 너한테…! 더 이상은 못하겠어.
슈우 : 이치카…?
이치카 : 예전부터 그랬어. 넌 언제나 [평범]이나 [이상]을 강요했어. 악의가 없다는 걸 알아. 그래도 곁에 있을 수 있으면 된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무리야. 더 이상 너의 이상적인 친구로 남아있을 수 없어. 슈우, 너는 잊어버렸을 지도 모르지만… 나는….
이치카 : 널… 좋아해.
슈우 : 응? 무슨 일이야? 이치카? 더위에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? 아, 혹시 이거 무슨 벌칙게임이야? 여기 어딘가에 누가 숨어서 보고 있는 거야? 위험해, 순간 진심으로 두근거렸어. …하지만 이치카도 그런 농담 할 줄 아는구나. 깜짝 놀랐어!
이치카 : 응, 그러네. 농담이야.
슈우 : 그렇지?
이치카 : 네가 하도 덥다, 덥다, 노래를 부르니까. 놀라서 더위도 날아갔지?
이치카 : 농담이 아니었어. 계속.
슈우 : 이치…카.
이치카 : 만지지 마. 기분 나쁘지? 연인도 아닌 남자와 적당히 자고 다니는 친우가 자신을 계속 좋아했다니. 미안해.
슈우 : 이치카. 이치…. …왜,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…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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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기서 "너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!" 라고 감정이 폭발하는 씬에서
후루카와 한테 거세게 꽂힘. 처음 듣고 놀라서 다시 한 번 돌려 들었다.
한 번 더. 또 한 번 더.
이후로 내 상태 ☞☞ 후루카와 마코토가 연기 잘하는 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해주세요.
내내 마음을 감추고 있던 이치카의 분노가 콱 와서 박혔다.
저 짧은 대사 하나로 후루카와 마코토 성우는 내 안에서 단숨에 상위권 부상함.
아무튼 슈우 개색기다.
이미 한 번 고백을 받았고 그걸 거절했다는 자각도 없다.
그 벌을 받는 건지 회사에서 병으로 쓰러진 동료의 일도 겸하면서 점점 더 바빠지게 되고.
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한 후 밤늦게 퇴근하다 게이바 근처를 지나게 된다.
여자A: 뭐야? 여기 게이바였어?
여자B: 응응, 여자나 커플이 들어가는 것도 OK인 모양이야. 좀 끌리는데? 들어가볼까?
여자A: 괜찮을라나.
여자B: 괜찮아, 괜찮아. 그렇게 본격적인 곳은 아니니까.
슈우 : 게이바. 아무것도 모른다면 알면 되는 거잖아!
마스터 : 어서오세요. 카운터로 오세요. 뭘로 드릴까요?
슈우 : 그럼 모히또로.
마스터 : 알겠습니다.
슈우 : (의외로 평범한 느낌이네. 게이바라는 건 좀 더 근육질 형님이나 누님들만 있는 곳이라 생각했는데.)
남자A : 저기, 형. 처음 보는 얼굴이네. 혼자야?
슈우 : 응?
남자A : 퇴근 길? 늦은 시간까지 고생이 많네. 이 가게는 처음이야?
슈우 : 아, 응.
남자A : 그런가. 여기 좋은 가게지?
슈우 : 그러네. (응? 이거 설마 나한테 작업 거는 건가?)
남자A : 내일 쉬어? 괜찮으면…
슈우 : 아니, 그게…
이치카 : 미안하지만 내 일행이니까.
남자A : 어라? 이치카잖아. 오랜만이야. 뭐야, 이치카의 남친이었나. 여기서 만나기로 한 거야? 응? 근데 전에 연상의 샐러리맨은?
이치카 : 마스터, 이걸로 계산해줘요.
마스터 : 너무 많아.
이치카 : 괜찮아요. 또 올 거니까. 어이, 가자.
남자A : 이치카 가는 거야?
슈우 : 이치카! 기다려, 이치카! 나….
이치카 : 뭐야, 얼른 집으로 가.
슈우 : …이치카는 어떡할 건데?
이치카 : 너랑은 상관없잖아.
슈우 : 누구 만날 거야? 그 남자?
이치카 : 그래서 뭐.
슈우 : 싫어.
이치카 : 뭐?
슈우 : 저기, 이치카. 다시 한 번 제대로 이야기 하자. 나, 아무것도 모른 채 지금까지 심한 말 했을 거 아냐.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 성별은 관계 없겠지. 정말 미안해. 그런데 나, 이치카에게 여자랑 만나라는 둥….
이치카 : 너. 역시 아무것도 이해 못했네.
슈우 : 아….
이치카 : 서로 이야기를 한 다음에는? 지금까지처럼 친구놀이 하는 건 이제 사양이야. 그게 아니면, 너 나랑 잘 수 있어? …무리겠지. 당연하지. 그런 건 [보통]이 아니니까. …이제 됐지. 빨리 집에…
슈우 : …할 수 있어. 내가 이치카를 안으면 더 이상 그 녀석이랑 자지 않을 거야? 그런 얼굴 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? 그렇다면…
(퍽)
이치카 : 사람 우습게 보는 것도 적당히 해. 소중한 친구라서? 다정하네. …아 그렇지. 넌 다정하지. 그러니까 나는…. …네. 응, 이미 왔어. 아니, 미안하지만 다른 곳에서. 응. 알았어. 그럼. …슈우. 더 이상 널 보지 않을 거야. 잘 살아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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슈우가 얼굴만 반반하지 눈치는 애초에 맨주캔으로 호로록 말아마셨다.
이렇게 답답하니 그동안 (자기 기준으로만 잘해줬다고 생각한) 여친들에게
차례로 차인거다.
이제 이걸 구제할 것은 이치카 뿐인 거 같은데 이치카는 끝내 절교 선언을 하고 떠났다.
둘은 과연 무사히 사랑을 이룰 것인가!
스토리 자체는 어딜가든 발에 밟힐 수준의 클리셰 덩어리고 특별할 게 없지만
신가키랑 후루카와 둘이서 그걸 살려냈다.
브금과 S.E도 상황에 맞게 잘 나왔다.
이치카는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굴다가 들키고 나서는 오히러
결단력있게 (그러나 마음과는 다른 방향으로) 밀고 가는데
슈우는 제자리 걸음을 한다. 진짜 눈치 없는 녀석.
후루카와 마코토 성우의 연기는 침착한 분위기의 이치카와 잘 어울렸다.
신가키 타루스케 성우는 안정적인 연기. 뭘 하든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.
여기서도 누레바는 스킵.
누가 자꾸 후루카와한테 우케를 시키냐며 머리를 쥐어 뜯던 시절이 있었지만
요즘은 달리 생각하게 되었는데 워낙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니까
계속 시키면 통달하지 않을까, 하는 큰 그림이라고.
확실히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.
신가키 타루스케와 후루카와 마코토 성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.
평점 ★★★